91년도에 선생님을 처음뵜었고, 그전에도 선배들한테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차마 선생님 기타를 내 사정에 살수 있을까 했습니다만, 92년 대학 등록금이 80만원이던 시절 엄선생님이 만드신 50호 기타를 노가다판에서 막노동해서 샀고, 그 학기는 대학등록금 안내고 한학기 휴학해가며 열정있게 기타를 쳤었습니다. 아끼고 다루었어야 하는데, 그동안 사는게 팍팍해서 제대로 관리도 못하고 케이스에 넣어놓지도 못하고, 저와 같이 20번넘게 이사를 다니는동안, 앞판은 찢어지고, 들리고 형편없었던 기타를 들고 인천에서 홍천까지 가는 2시간 운전대에서 참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기타값에 비해 어느 정도 수리비가 나오고, "이정도를 투자해서 고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을 하셨지만, 돈으로만 생각하면 다른거 싼놈 하나 살수도 있겠으나, 세상에 모든 것이 늙어가는데 다 버리고 새것만 사면 어디 늙어가는 것들을 누가 봐주겠습니까? 오면서도 잘했다 생각하고 돌아왔고, 기분이 매우 좋았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기타를 고치러 태풍오는 날 인천서 홍천까지 간다고 마누라가 한소리도 했습니다만, 마누라는 떠나도 기타는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20대 초반이였던 저도 이제 50이 되었고, 선생님도 얼굴을 뵈니 많이 늙으셨네요. "멋있게 늙으셨습니다"한마디 하고 왔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모쪼록 맡겨둔 기타 수리 잘부탁드리고, 남은 동안 얼마나 칠지 모르겠으나 20대부터 지금까지 제곁에 붙어있는 건 저것 하나 밖에 없다보니, 애정이들어서 주절주절 썼습니다만 앞으로는 잘 관리하겠습니다. 30년만에 반가웠습니다. 엄선생님 건강하십시오.
엄태창입니다.
제가 이 나이쯤 되니 오래전 제가 제작했던 기타들을 가끔씩 만나게 되는군요.
아버님으로부터 1993년 정식으로 가업을 대물림했고, 그러기 1년전에 아버님 밑에서 제가 1992년에 제작했던 기타더군요.
무려 28년전 제가 제작했던 기타입니다.
1992년도 제가 제작했던 기타로는 첫 만남이였습니다.
내심 무척 반갑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제가 고비용을 들여 수리 운운했던것은 님의 수리의지를 확인하려 했던것입니다.
간혹 의외로 황당하다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저도 님처럼 오래된 기타에 대한 생각은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분들의 생각이 다 같지는 않더군요.
각설하고..
솔직히 기타의 상태는 매우 나쁘지만 제가 데뷰 직전에 제작한 기타이고 그 기타로 제 아버님께 인정 받은 기타이지요.
해서, 시간이 들더라도 28년전 저의 모습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수리에 임하려 합니다.
주신 글에 대하여 감사의 말씀 전하면서..